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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주거독립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 김은순 시민기자
  • 등록 2020-01-04 11:26:23
  • 수정 2020-01-04 11: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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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의 독립생활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삶의 질과도 깊은 연관

저희 자녀는 21살입니다. 아직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 입니다. 제가 자녀를 키우는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습니다. 

스마트 폰의 출현으로 우리생활은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났고, 인공지능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 공상과학영화에서 보았던 일들이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삶, 장애가족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부모로서 저의 삶의 무게는 점점 더 힘들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자녀는 점점 성장하고 저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제도들이 생겨나고 개선되었으며, 물리적 환경도 좋아졌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들과 저의 삶은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장애가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치료와 교육에 매달렸습니다.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을 마치면 치료실을 전전하다 7시,8시가 되어서야 마치 직장인들처럼 퇴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생활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지 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후로도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제도도 생겼습니다. 방과 후에는 활동지원사가 자녀의 활동을 도와줍니다. 하지만 도전적 행동이 심하거나 신체활동이 힘든 친구들은 활동지원사들도 거부합니다. 

한 달, 일주일, 아니 하루만에도 못하겠다고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다시 오롯이 부모와 가족들의 몫이 되고 맙니다. 그나마 학교에 다닐 때는 행복합니다. 

특수학교의 전공과는 서울대학교 가기보다 어렵고, 주간보호센터는 3~4년은 대기해야 한다고 하고, 부모님들이 삭발투쟁까지 하며 쟁취한 몇 명 뽑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지역엔 센터도 없으며, 그마저도 활동지원시간까지 빼야하니 이용하기 너무 힘듭니다. 

작년 초, 서구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오픈하여 70명을 모집하는데 수백 명의 발달장애인분들이 오셔서 추첨을 하였습니다. 2020년 현재에도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의미 있는 활동 없이 지내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제까지 장애인의 독립생활이나 주거지원등은 시설 장애인 위주로만 이루어졌고 재가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졸업 후 자녀가 다닐 곳이 없어 걱정이지만, 이 보다 더 큰 걱정은 내가 늙고 힘없어서 자녀를 돌볼 수 없을 때, 내가 죽고 자녀가 혼자 남겨졌을 때,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입니다. 

부모 사후에도 장애 자녀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개개인의 자립능력이 발달장애인의 독립생활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있어 자립의 의미는 사전적 의미로서의 자립이 아닌, 좀 더 넓은 의미의 자립이라는 것을 염두 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들 중에는 독립주거역량이 현저히 부족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혼자 밥하고 빨래할 줄 몰라도, 돈 계산할 줄 몰라도, 화장실 혼자 다닐 수 없어도, 밥 혼자먹지 못해도 부모에게서 독립해서 살아가야 합니다. 자립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애인의 부모도, 보통의 경우라면 자녀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합니다.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은 당사자의 욕구도 중요하지만, 생존과 관련된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자립능력이 낮다고 하여도 자립하여 살아가야만 합니다. 어떠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려하면 될 것입니다.

둘째, 독립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체험주택이 필요합니다. 

학령기 이전의 활동들이 교육과 치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그 이후에는 체험 홈을 통한 자립훈련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내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혼자 남겨져,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공포감이 휩싸이고 혼란스러울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말로 표현도 잘 못하는 자녀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따라서 학령기를 마치면 바로 독립생활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각 지역에 체험 홈을 두어서 하루 살아보기, 일주일, 한 달 살아보기 등을 체험하면서 독립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면 충분히 독립하여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은 몇 개월 체험한다고 일반화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20년을 교육해도 못 하는 것 투성이입니다. 충분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개인별 주거지원이 어떤 형태인지는 장기적인 체험과 모니터링, 당사자나 부모와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통하여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장애인들은 20~30대가 되면 진학, 취업, 결혼 등을 이유로 독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리적인 독립을 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왜 장애자녀들은 40~50대가 되어도 70~80넘은 늙은 부모가 부양을 해야만 하는지요?

노인들을 위해 국가에서는 참 많은 돈을 씁니다. 삭발투쟁하지 않아도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합니다. 커뮤니티 케어도 노인문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활동지원사와 주거코치가 있으면 발달장애인도 독립하여 살아갈 수 있습니다. 20~30년을 부모와 함께 살던 생활 습관들이 몇 개월 안에 바꿀 수 없습니다. 몇 일이나 몇 개월의 체험이 아닌 장기간의 체험과 시행착오를 겪으면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장애인의 주거지는 당사자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현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커뮤니티케어가 지향하는 바도 독립성과 존엄성, 그리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던 곳, 내가 다니던 교육기관이 있고, 자주 가던 마트와 병원이 있고, 저녁마다 운동하던 공원이 있는 곳,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주거는 집안에서의 생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역사회의 모든 시설과 환경들이 나의 주거생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던 곳에서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 갈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발달장애인들도 지역사회 안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거생활을 지원해주는 주거코치와 매니저 양성과정의 문제입니다. 

마지막에 언급했지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치료사나 사회복지사 보다는 엄격한 양성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현재 사회복지사 교육과정은 장애인복지론 한 과목만 이수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장체험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교육과정이 좀 더 전문적이고 세분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지식의 습득보다는 인성과 윤리의식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폭력이나 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내 자녀와 함께 살아갈 사람입니다. 비장애인들은 나의 미래를 함께할 배우자를 내가 선택하지만 장애인 당사자는 스스로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장애나 행동지원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최대한 당사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인의 독립생활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삶의 질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저도 더 나이가 들면, 독립한 내 아들네 집에 김치도 해다 주고, 가끔씩 가서 청소도 해주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이제 조금씩 첫발을 내딛는 주거지원정책이 마중물이 되어, 앞으로는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녀 걱정 없이 편안히 눈감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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