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면허 노선을 엉뚱한 목적으로 쓴 인천시... 결국 제 꾀에 속아 넘어가다
인천시, 준공영제 재정 절감을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12월 28일 청라국제도시의 시작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904번이 폐선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새롭게 들어온 94번이 대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904번이 폐선되는 과정과 94번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보면 결코 자연스럽지 않고 시민들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과정들도 있었다.
이번 칼럼은 2편에 걸쳐서 내년 개편에서 우려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청라 주민을 포함한 인천 시민들이 개편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제안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 인천시는 지난 28일 904번 대체노선으로 94번을 신설하였다. 그러나 충분한 대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량 크기도 작고 노선도 절반으로 잘린 반쪽 짜리 노선이라는 점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못했다. (사진제공=인천광역시)

 

더 청라에서는 904번이 되기 다섯 달 전 '이웃동네에서 울린 경고…"청라의 '발'이 위험하다"'라는 칼럼을 통해서 2020년 8월로 예정된 버스 개편의 주 골자 중 하나였던 한정면허 노선 폐지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를 되짚어본 바 있다.

당시 칼럼의 내용을 간추려 요약하자면 2009년 당시 총량제에 묶였던 준공영제 차량들로 신규 주거지역을 커버하기 힘들어지자 급행간선버스 등 신규노선을 한정면허로 신설하였는데, 준공영제 재정지원 절감을 이유로 이번 개편을 통해 없애고 준공영제 차량으로 대체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제한된 차량 자원에서 노선을 신설할 수밖에 없었던 '반쪽 짜리 노선' 94번

그러나 총량제에 묶인 채 제한적인 증차만 허용한 상황에서 10년 전의 준공영제 차량대수와 지금의 차량대수는 소폭 늘어난 데 그쳤다. 이미 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인천시는 청라와 송도를 포함하여 대규모 주거지역이 늘어나며 대중교통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천 시내버스의 평균 배차간격은 15분을 상회하고 있고, 이 마저도 신규 택지지구 및 대중교통 소외 지역이었던 곳에 새롭게 신규노선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결국 15분 배차간격인 노선에서 차량을 차출해야 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기존 노선 배차간격도 17분~20분 내외로 벌어지고 신규노선 역시 충분한 차량이 확보되지 않아 20~30분 배차는 우습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에서 밝혔던 2020년 시내버스 개편의 주 골자 중 하나였던 한정면허 갱신 불허 및 폐선은 차 한 대 한 대가 아쉬운 지금 상황에서 주민들의 대중교통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여태까지 차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규 주거지역의 발 역할을 한정면허에 떠밀어놓고, 이제 와서 재정절감을 이유로 없애는 것은 인천시의 대중교통 행정의 무능함을 대놓고 드러내는 행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번 904번 폐선에서도 볼 수 있듯, 현재 1,861대로 간간이 운영되고 있는 준공영제 버스에서 대체노선을 꾸리려다 보니 기존 904번보다 턱없이 부족한 대수, 그것도 차량 사이즈도 9미터 중형버스로 겨우 차출한, 노선 길이도 토막난 반 쪽 짜리 노선을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 임시노선을 만들기 위해 그나마 출발지가 가까운 버스업체에서 가져오기는 했지만, 버스 승무원이 쉴 수 있거나 차량 연료를 충전할 곳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급히 만들다 보니 노선 신설 당시 버스 노동조합 측에서 큰 반발이 있었던 것을 겨우 무마하여 임시노선을 마련해야 했던 뒷이야기도 있다.

 

94번 버스

▲ 인천시는 904번이 폐선되자 급하게 부랴부랴 다른 노선에서 차량을 차출하여 94번 노선을 만들었다. 그러나 94번은 차량크기도, 노선 길이도 904번에 비해 토막나면서 실질적인 불편 해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94번 신설로 인해 차량이 줄어들게 된 43번, 7번, 80번 승객들의 불편 증대는 덤이다.

 


"앞으로 버스가 투입되어야 할 곳은 많은데..." 늘어나는 시내버스 적자 보전이 두려운 인천시

이러한 상황인데도 인천시는 '재정 절감'에 목매단 채 현재의 준공영제 체제에서 발생되는 문제 해결책을 비준공영제 노선 없애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상 일반 시내버스 역할을 하고 있던 한정면허 노선들을 준공영제에 포함시켜 차량을 확충하는 방안도 인천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천시 버스정책과는 더 청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정면허의 준공영제 포함을 묻는 질문에 "현재에도 준공영제 재정 지원에 1,200억 가량이 투입되고 있는 가운데 이 상황이 지속되면 2000억까지 재정지원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시에서는 버스 준공영제 재정절감을 지상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이상, 추가로 비용이 드는 한정면허 준공영제 포함은 검토가 어렵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물론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재정 지원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현재도 유입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검단신도시와 계양-대장신도시가 들어선다는 것을 망각해선 안된다.

이것을 생각한다면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버스 공급량을 줄이는 어리석은 판단은 오히려 시민들의 대중교통 접근을 저하시켜 수익이 악화될수 있다는 것을 인천시는 자각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고객(=대중교통 이용 시민)은 이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서비스(=편리한 대중교통 접근성)에 기꺼이 금액(=교통요금)을 지불한다. 만약 고객이 가치가 떨어지는 서비스를 대접받을 것이 예상된다면 고객은 결코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시는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를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서비스 유지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허투루 쓰이는 것은 없는지 등등 최대한 내부적인 문제를 찾을 필요가 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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