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주민들 입장 담은 청라총연 공문 '접수조차 하지 않아'

청라국제도시와 부평역 등 원도심을 급행으로 연결하는 904번 버스 노선의 폐선이 예고된 상황에 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라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주민 대표단체인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회장 배석희)는 이러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공문을 10일 발송했다.

그런데 12일 <더 청라>의 확인 결과 인천시(시장 박남춘)는 이 공문을 접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 되었다.

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팩스가 들어오면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냐"며 "이제라도 확인을 했으니 접수하고 검토를 거쳐 회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라총연은 "공문을 발송하고 바로 시 버스정책과와 통화를 통해 공문 발송 사실을 알렸다"며 "수 일 전에 발송한 공문을 아직까지 접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시민을 외면하는 불통행정의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 28일 부로 폐선이 예고된 904번 버스 (사진=네이버지도 로드뷰 갈무리)

 

<더 청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취재를 진행하는 중 904번 노선을 운영하는 공영급행㈜와 청라총연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을 입수했다.

통화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가 주민들에게 밝힌 내용과 회사의 주장이 사뭇 달라 시의 '나몰라라식' 행정 운영에 비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청라총연과 공영급행㈜의 통화 내용을 재구성 한 것이다.

Q. 904번 폐선과 관련해서 주민들의 우려가 많다. 인천시는 "업체에서 폐선 신청을 했다"는 이유를 주장하고 있는데 회사의 입장은 어떠한가?

폐선 신청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도 주민 여러분들께서 헤아려주셨으면 좋겠다.

한정면허는 3년에 한 번씩 갱신을 한다. 그런데 904번의 경우 시가 현재 면허의 만료기한인 내년 7월까지로 명시하고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국적인 사례를 봐도 기 노선의 한정면허를 연장하면 연장했지 없애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봐도 된다.

시가 한정면허를 없앤다는 논리는 간단하다. 인천의 경우 한정면허 노선이 200여 대가 있는데 이 노선을 줄이면 그 승객들이 (준)공영제 노선을 탑승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시의 공영제 버스노선의 적자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Q. 폐선되는 한정면허 버스노선과 똑같은 준공영제 노선을 만들지 않는 이상 시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다. 인천의 경우 청라 등 지속적으로 도시가 발전하고 있는데 버스를 늘리면 늘렸지 한정면허를 줄인다고 해서 공영제 버스의 적자가 메꿔진다는 것은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설사 시의 주장대로 한정면허 노선이 없어져서 준공영제 버스 이용객들이 많아진다 해도, 그렇게 되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그 만큼의 버스 증차를 해야 한다.

적자 보전을 한 푼도 받지 않는 한정면허를 없애고 원가가 높은 준공영제 버스를 증차하게 되면 결국 이것은 세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Q. 그렇다면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기존 면허의 만료기한인 내년 7월까지라도 운행을 하면 안 되겠나?

우리 회사가 904번 노선 운영을 위해 2009년부터 면허를 받고 버스 차량을 구입했다. 청라국제도시 조성 초기이다.

당시 거주 인구도 많지 않고 당연히 적자 운영이 뻔한 노선이기에 시는 준공영 버스를 투입하지 않았고 우리 회사가 운영을 시작했다. 이 노선의 운행되는 차들이 청라국제도시가 조성될 때 인부들을 태워 날랐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도 904번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도 적자이긴 하나 최근 1~2년 들어서야 운영이 조금이라도 되기 시작하니 시가 준공영제 개편을 이유로 한정면허 갱신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버스 차량의 경우 9년의 연한이 종료되면 안전점검을 통해 2년을 더 사용할 수 있어 최대 11년을 운행할 수 있다. 그런데 904번 노선에 투입되는 차량 12대 중 7대의 기한이 다음 달 끝난다.

그런데 시가 내년 7월에 한정면허를 종료하겠다고 하면, 6개월 사용하기 위해 1억 3천에 달하는 버스 7대를 새로 구매할 수는 없지 않는가.

Q. 이러한 사정을 시에 이야기해봤는가?

당연히 이야기 했다. 내구연한이 종료되는 차량을 신차를 새로 마련하여 교체 투입할테니, 대신 신차의 사용연한인 9년만이라도 보장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시는 완강하게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며 그러면 폐선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회사도 신차를 투입하려면 이사회 상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몇 개월 후 종료될 버스 노선을 위해 수억을 들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시에서는 이미 904번 노선을 12월 28일 부로 폐선하라는 공문을 회사에 내려 보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는 대체 노선이 마련될 때 까지 노선 운영을 연장해달라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버스 기사 등 노선 운영을 위한 종사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시는 쉽게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죽어라"라고 말하는 꼴이다.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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