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녀들은 방학 때나 방과후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직접 만든 천연비누
▲ 직접 만든 천연비누

천연비누를 만드는 곳, 피부에 좋은 천연 분말과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여 비누를 만들고 있다.

아토피, 여드름, 미백, 진정 효과 등으로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다.

3년 전, 여러 지역에서 이사 온 부모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이 어색하고, 잘 모르기에 의지할 곳도, 의논할 사람도 없었던 몇몇 부모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서너 명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20여명 넘는 부모님들이 매주 모여서 비누를 만들고 있다.

자녀들 방학 때면 함께 나와서 비누도 만들고 체험활동도 하고 있다.

우리는 청라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다.

사회성과 언어, 인지발달이 느리게 자라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다. 장애가족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는 비 장애 가족에 비하여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다. 늘 주의의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지라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기는 더 힘든 것 같다.

처음엔 그저 서로 의지하며 자녀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모였다. 한 명, 두 명 인원이 점점 늘어나면서 무언가 구심점이 필요했다.

마침 인천장애인부모연대에서 부모자조모임 공모가 있었다. 다행이 우리 팀이 선정 되어 그 계기로 비누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체험하는 발달장애 학생들
▲ 체험하는 발달장애 학생들

아토피와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천연비누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비누를 만들기 위한 도구와 재료들을 구입하였다. 하지만 장소가 문제였다. 그동안은 카페에서 만나며 차 마시고 이야기 나누고 하였으나 비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장소가 필요했다.

구청, 주민센터 등에 찾아가 보았으나 사정의 여의치 않았다. 구청의 도움으로 구청라1동 주민센터 건물도 이용해 보았지만 너무 좁아서 비누 만들기는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일정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할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천연비누 만들기 과정을 수료한 적이 있어서 강사 분은 따로 필요 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회 차를 거듭할수록 우리 비누는 더 예쁘고 더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되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주위 분들께서 구입도 해주고 계신다.

덕분에 재료비 걱정은 조금 덜하며 비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작년 연말에는 적은 양이지만 몇몇 장애인 단체에 비누를 기부하는 뜻 깊은 일도 할 수 있었다.

2019년은 더욱 확장되어 청라 청소년어울림축제와 메이커스 페스티벌에 체험부스를 참여하기도 하였다.

뜨거운 날씨에도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을 위하여 길게 줄을 늘어설 정도로 인기 있는 부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임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

하지만 늘 장소문제가 고민이다.

지금 사용하는 장소도 행사가 있거나 하면 사용할 수 없다. 언제든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비누 만들기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자녀들은 방학 때나 방과 후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언제든지 가서 맘 편히 놀 수 있고,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외모는 커다란 청년 같아 보이지만 정신연령은 초등학생도 안 되는 자녀들과 갈 곳이 없다. 키즈 카페를 갈 수도 없고 마트에 가서 뛰어다녀도 눈치가 보인다.

요즘 청소년들이 그리 좋아하는 PC방도 맘대로 가서 즐길 수 없다.

학교나 치료실이 아니면 늘 가정에서 엄마 아빠와만 지내야한다. 조금이라도 쿵쾅거리면 아래층에 피해가 될까봐 맘대로 걸어 다니지도 못하게 한다.

청소년수련원의 많은 프로그램도, 문화센터나 국민체육센터의 그 많은 프로그램 중에도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우리 자녀들도, 그 부모들도 지역사회 내에서 비장애인들처럼 문화여가를 즐기고 운동도 하면서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활동하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장애는 극복하거나 고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따라서 각 장애에 맞게, 각 개인에 맞게 주변 환경을 조성해 주고 바꿔 주는 것이 진정한 장애인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비누에서 나는 라벤더 향기보다 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도시 청라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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