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로소이다.

심곡천 상류를 오가며 보노라면
큰 비에 떠내려온 나무토막이 하천 중간에 박혀있는데
새들은 그곳을 참으로 좋아한다.
특별히 가마우지가 그곳을 거의 독점한다.

내가 보기에는 불안불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듯 한데
새들은 그곳이 편안한가 보다.
때로는 가마우지가 날개를 활짝 펴서 말리곤 하고
백로와 왜가리들은 날개청소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곳은 아무나 앉지 못하는 듯 하다.
행여 앉았다 하더라도 힘이 센 녀석이 오면 얼른 비켜 주어야만 한다.
내가 느끼기엔 힘있는 새들이 차지하는 곳인가 보다.

가마우지가 커다란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왕이로소이다 라고 외치며 폼을 재고 있는 듯 하다.
겨우 나무 통가리 하나에 자기의 온갖 자존심을 내세우며...
보는 나는 불안하다.

요즘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집회에 참여하면서
분노와 서글픔과 절망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주민 한두명과 공무원들을 앉혀놓고 주민설명회라니???
거기에 앉는 주민들은 무슨 마음으로 앉아있는 걸까?
그곳에 앉아 속마음으로는 불안하지 않았을까?

청라총연이 싫어서 그 존재감을 무시하려고
소각장이 싫지만 그저 억하심정으로 앉아있는 건 아니었을까?
공무원들도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얼마나 부끄러울까?
내가 인천시정을 위해 총대를 멘다라는 희생의 마음을 갖고 진행했다고 하면 자랑스러워할까?

진행 책임자나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사람들은 마치
내가 왕이로소이다
니네들이 아무리 그래도 나는 내 갈길을 간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힘이 없고
잘못하면 주민에게 폐가 되고
잘못하면 저들에게 빌미를 줄까봐
우산을 높이 치켜들며 오직
소각장을 폐쇄하라고 소리만 지를 수밖에 없는 우리는 절망감에 속눈물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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