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 방치된 근린공원 관리상태 '심각'
청라 내 근린공원 관리 담당은 서구청, 안이한 태도에 '더 실망'

청라국제도시의 모세혈관, 주거지역 내 소규모 근린공원들을 찾아가다. (사진=더 청라)

청라국제도시의 모세혈관, 주거지역 내 소규모 근린공원들을 찾아가다.

청라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공원은 대표적으로 청라호수공원, 커낼웨이 수변공원이 있다. 커낼웨이 수변공원은 세 곳의 문화공원으로 나뉘며 청라1동 부근은 '녹청문화공원', 청라2동은 '창해문화공원', 청라3동은 '정서진문화공원'으로 명명한다.

지금 언급한 청라호수공원과 커낼웨이 수변공원들은 청라의 '동맥' 격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경제청)이 관할하며 인천시설공단에서 위탁받아 관리한다. 또한 주거지역 내 소규모 근린공원들은 대부분 서구청에서 관할한다.

우리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동맥과 함께 모세혈관이 제 역할을 다해주어야 하듯, 청라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고 있는 주거지역 내 소규모 근린공원들은 과연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직접 찾아가보았다.

청라국제도시 주거지역 내 소규모 근린공원들은 대부분 서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사진=더 청라)

무관심 속 방치된 근린공원 관리상태 '심각'

앞서 설명하였듯 비교적 대규모 공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호수공원과 커낼웨이는 경제청과 인천시설공단이 감독·관리하고 있는 반면, 소규모 공원으로 분류되는 주거지역 내 '염소자리공원', '물병자리공원', '청라뜰공원', '거울공원' 등의 근린공원은 서구청에서 관할하고 있다.

필자가 기대감을 품고 직접 방문한 서구청 관할 근린공원의 상태는 '경악' 그 자체였다.

`인도`와 `녹지`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잡초들이 보도블럭 사이사이를 비집고 나와 있는 `물병자리공원` 보행로 일대 (사진=더 청라)

'인도'와 '녹지'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잡초들이 보도블럭 사이사이를 비집고 나와 있었다. 언제 자랐는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한 잡초들은 "원래 내 자리가 여기였다"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잡초를 수시로 관리해주어야 하는 이유는 조경을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다. 잔디가 있어야 할 자리에 삐죽 나온 잡초를 발견 즉시 제거해주지 않으면 나중에는 잡초가 잔디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한다.

보도블럭이나 건축물과의 접촉면에 자란 잡초의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 보도블럭 사이에 잡초가 자리를 잡게 되면 잡초가 점점 자라나 그 뿌리가 블럭의 자리를 들어올려 결국 보행자에 대한 위험으로 다가오게 되며, 건축물과의 접촉면에 자라는 잡초를 방치하면 균열의 원인이 된다.

이미 잡초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포리공원`의 일부 구역들. 잔디가 있어야 할 자리임에도 잔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더 청라)

청라 내 대부분의 공원들은 청라국제도시 개발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하여 규모가 큰 공원은 경제청으로, 작은 근린공원은 서구청으로 이관하게 된다.

LH의 조성 당시에는 나름의 참신함과 콘셉트를 가지고 조성되었을 공원의 테마공간은 필자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듯 했다. 관리되지 않은 야생 그 자체로 변화하고 있는 물병자리공원의 '미로정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성 이후 단 한 번도 관리자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물병자리공원 내 `미로정원` 이용 안내 현판 (사진=더 청라)

관리만 잘 되었더라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줄 공간으로, 가족과 함께 방문해볼만한 특별한 명소로 사랑받았을 미로정원은 조성 이후 단 한 번도 관리자의 손이 닿지 않은 듯 보였다.

'파손 등 특이사항 발생 시 관리사무실로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현판 문구 밑에 표기되어 있어야 할 '관리 주체'나 '연락처'는 빈 상태로, 장난 가득한 비양심적인 방문객들의 낙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가기도 벅찰 정도로 삐죽 자라난 나무들과 보도블럭 사이로 빼곡히 자라난 잡초들. 필자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았다. (사진=더 청라)

'사랑받지 못한 공원'의 아픔이랄까. 미로정원 내부는 사람 한 명이 지나다니지도 못할 정도로 나무들이 부조화스럽게 자라나고 있었고 보행로 바닥에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잡초들은 오랜만의 방문객을 그리 환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청라 내 근린공원 관리 담당은 서구청, 안이한 태도에 '더 실망'

'청라 자랑'을 날마다 늘어놓던 필자의 말에 이끌려 큰 기대감을 품고 같이 동행한 지인의 표정을 보니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어찌해야 하나 방법을 생각했다. 가장 익숙한 방법, 휴대폰의 국민신문고 앱을 켜고 민원 신청을 했다. 최대한 내가 느낀 감정이 글로 표현될 수 있도록 신랄하게, 그러면서도 혹여나 글을 읽는 담당 직원의 기분이 나쁠까 걱정하며 정중하게.

15일의 민원처리기간이 마감되기 하루 전, 14일을 꽉 채운 날 17시 59분에 민원 답변 알림이 왔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답변의 내용에 필자는 더욱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서구청 미래도시국 공원녹지과 청라공원팀 담당자는 "현장 확인한 결과, 7월 중 2차 제초작업완료 하였으며 8월 중 3회 제초작업 예정임을 알려드리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세 단락의 명료하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혹시나 내 민원으로 근린공원의 모습이 개선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과 '취재를 마무리하자'는 기자정신을 함께 품고 현장을 다시 한 번 방문했다.

15일 만에 방문한 `염소자리공원`. 셀 수 없이 많은 잡초들이 그새 더 자라 보행로를 수놓고 있었다. (사진=더 청라)

15일 만에 방문한 '염소자리공원'. 셀 수 없이 많은 잡초들이 그새 더 자란 모습을 늠름하게 뽐내며 필자를 반겨주었다.

이어서 걸어간 '물병자리공원'의 흔들의자도 잡초들과 함께 필자를 조롱하고 싶었는지 다시 찾아온 방문객을 을씨년스러운 자태로 맞이했다.

`물병자리공원`의 흔들의자도 잡초들과 함께 필자를 조롱하고 싶었는지 다시 찾아온 방문객을 을씨년스러운 자태로 맞이했다. (사진=더 청라)
`물병자리공원`의 흔들의자도 잡초들과 함께 필자를 조롱하고 싶었는지 다시 찾아온 방문객을 을씨년스러운 자태로 맞이했다. (사진=더 청라)

서구청에서 운영하는 인천광역시 서구 홍보관 누리집(웹사이트)을 방문하니 'Green 서구'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그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서구 홍보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인 'Green 서구'에는 '푸른 잡초의 생존권을 보장하자'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이 아닐까?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공직자의 마음가짐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통신망의 속도는 빨라지고 품질은 좋아졌지만 공공기관의 행정 속도와 품질은 그대로인 것으로 느껴진다. 인천, 특히 서구는 유독 이러한 점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예쁜 옷을 비싼 값을 주고 사도 세탁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으면 쓸모 없어져 버린다. 인천의 푸른 도시 '청라국제도시'가 가진 예쁜 옷은 잘 관리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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