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말복을 지나 여전히 덥지만, 그나마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려, 습도는 높아도, 짜증을 낼만한 더위는 이제 물러 난 것 같다.

저녁 퇴근을 하며,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며 게시판을 보니, 동대표 후보자들의 인적 사항이 게시되어 있었다. 우리 청라 롯데캐슬 아파트는 돌아오는 10월에 차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위해 동대표 출마 공고가 있었고, 그전에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알리는 공고가 있었다.

아파트 생활을 오래했지만, 절반은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그리고 또 몇년은 세입자로 살아서, 동대표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란 단어를 무덤덤하게 보고 흘렸다. 나와는 상관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사항이었으므로, 관심도 없었다. 결혼을 하며 집을 마련해도, 난 워킹 맘이었음으로, 하루 하루를 그저 무사히 지나가고, 견디는 데에 전념을 한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청라 롯데캐슬이 청라국제도시내의 아파트 44개 단지가 다 반대를 하는 소각장 증설 저지 운동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소각장이 내가 사는 아파트와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뜻을 같이 하는 여러분들과 힘을 합쳐, 가가호호 세대를 방문하여 개개인 서명으로 소각장 증설 저지 서명을 받아, 청라내 44개 모든 아파트 단지에서 증설에 반대하는 성명을 제출할 수 있었다.

이 때부터였다. 도대체 입대의가 뭔데, 입주민이 원하는 동의서, 그것도 도장하나 찍는 일을 하지 않아, 이렇게 개개인 서명을 받아가며, 어렵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그때부터 그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봤다.

입대의란 말 그대로, 입주민의 의견을 대신하여, 아파트 내 모든 제반 문제들과 민원 사항들을 협의해서, 아파트 입주민이 원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 그리고 가치를 높이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는 그런 희망사항들로 동대표 혹은 회장을 뽑았을 것이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든 일에 다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현재 우리 아파트는 입주 6년이 지났지만, 매매가는 분양가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아파트 구석 구석에 관리가 안 된 흔적이 많이 보이는 안쓰러운 상태였다.

민원을 넣으려고 해도, 도대체 가입이 되지 않는 청라 롯데캐슬 홈페이지며, 불편 사항을 전화해도 꼼짝도 하지 않는 관리사무소는 아파트 생활을 하며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마치 양쪽 귀를 꽉 닫고 자기 말만 하는, 누가 입주민이고 누가 관리소 직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서 우리 청라 롯데캐슬 아파트를 잠시 소개하자면, 우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에서도 매번 만날 때마다 인사하는 그런 점잖고 친절한 입주민들이 사는 곳이며, 중심 상가에 위치해 상권과 식당, 학원가도 도보로 이용 가능하고,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오면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런 곳인데, 그동안의 유일한 흠이, 입대의 그리고 그 입대의가 갑인 관리사무소가 아니였나 싶다.

어디에나 어느 단체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100% 일치할 수는 없고, 서로 다른 이견과 소리를 조율하는 것이 회의고 단체라고 생각하며, 입주민의 의견과 제안을 무시하는 이런 행태는 결코 어느 단체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수 근처의 청라를 대표한다는 단지의 아파트도 한때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입대의를 주축으로 청라의 랜드마크가 되어 그 위상이 쭉쭉 올라가는 걸보니, 정말 부럽기도 하고, 어서 빨리 우리 아파트도 이런 아파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가을이 오길 기다린다. 원래 뜨거운 여름을 좋아했지만, 가을이 오면 선선해 질 것이고, 마음도 차분해 질것이며, 새로운 입대의 구성으로 우리 아파트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앞으로 구성될 차기 입대의에게 바라는 바는 많이 없다. 이미 현 입대의에서 많은 실망과 상실감을 안겨줬기 때문에,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10월부터 2년간 입대의라는 무게를 짊어 지고, 청라 롯데캐슬의 현안을 풀어가야 할 입대의분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들은 입주민과의 소통 그리고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투명한 입대의 회의와 안건 진행이다.

아울러 청라국제도시내의 현안도 예의 주시하며, 같은 방향으로 보고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협조해 주셔 달라는 것 또한 바라는 바이다.

힘드시겠지만, 앞으로 2년간 우리 입주민들을 대신해서 현안을 잘 해결하시길 잘 부탁드리며, 우리 입주민들도 투표를 꼭 잘해서, 일 잘하려고 나오신 동대표들의 앞길에 놓인 자갈과 돌들을 치워서 맘 편히 일하실수 있게 도와드려야 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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